거칠고 텁텁한 야생스러운 것의 아름다움. 그 안에서 누리는 생활의 만끽. 야생+리빙 (wild life wild living)
오래전 첫 스케치를 하면서 JOH와 건축주분과 함께 떠올리고 고민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조경? 정원? 이런게 대체 무엇인가...꽃, 나무,돌. 이런 걸로 이쁘고 아름답고 보기 좋게 하는 것 말고, 그걸 통해 이용자에게 뭘 만들어준다고 해야 하는가?
조경만 이쁘면 돼! 라기보단, 이용자의 관점에서는 여기가 외부로 확장된 생활이니까, 그 순서를 거꾸로 가져가서 이 작은 외부공간에서 무얼 하게 될까.
리빙의 확장. 먹고 사는 경험을 들고 그대로 야외로 가져가되 야외에서의 생활을 더 편하고 쾌적한 경험으로 만들자라는. '야외경관'이 아니라 '야외경험'을 하는 것을 우선 생각했습니다. 뻔한 산책로 같은건 제외하고 의자, 평상, 탁자, 싱크대등 리빙의 아이템들로 공간을 만듭니다.
식재는 숲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풍성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이건 숲은 숲인데 내가 하고 싶은것은 막 다 있는...그런 곳이 되지요.
이런 풍경입니다. 야생과 문명. 두개의 상반된 스토리가 만나는 지점. 그 안의 사람까지도 함께 경관이 됩니다.
그렇다고 너무 Raw한 것 보다는, 이렇게 생활의 소품들이 이용자와 더불어 함께 정원이 되는.
사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뭘 만들려다 보면 신경을 쓰게
되는 것들이 있죠. 이를테면 이것.
아무리 좋은 바베큐장비라 한들. 사용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커버를 씌운채 그대로 정원에 있다면 으흠. 이집을 설계하며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눈, 지금은 FIT place로 독립하신 이호 대표님의 표현을 빌자면 NG입니다.
평소에는 커버를 씌우고 가벽뒤에 숨겨둔 바베큐는 필요할 때만 등장하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가벽의 뒤는 지저분한 쓰레기같은 것들을 잠시 치워 둘 수도 있겠군요.
전면에는 간단한 부엌 집기들을 걸고 놓는 작은 철물들을 디자인합니다.
과해보이지 않게 필요한 것들만 추려서 다시 간단하게 만듭니다. 저 작은 틈에 기름병들을 세워두고 갈고리에는 바베큐에 필요한 주방도구들을 걸도록 합니다. 아마 이런 생각들은 인테리어적인 태도일수도 있고. 하라켄야가 말하는 어포던스 디자인일수도 있겠지요. '이런걸 하세요. 여기선 이런걸 하는 거에요'라는... 소위 '행위를 셋팅하는 일'. 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경험을 위한 소소한 장치입니다.
댓돌아래에는 혹시 비가 오거나 할때 슬리퍼가 젖지 않도록 넣을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철물이 드러나지 않아야 하는데 현장에서 여러각도에서 실제로 다시 보니 결국은 드러나더군요.
현장설계를 여러번 하게 됩니다. 최종 버전은 노출시에도 디자인의 일부로 보이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구도 함께 고민하게 되고
조명 역시도.
나무야 물론입니다.
모든 것을 함께 배치해보면 내 살림살이가 펼쳐진 아주 작은 숲이 되는 거죠. 아직 가구가 들어오기 전입니다만.^^
건축은 조수용대표가 이끄는 크리에이터 집단 Joh의 place부문에서 만들었습니다. 함께 하는 프로젝트중 두번째 빌트 프로젝입니다. 건축주분께서 열린 마음으로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한 마음.
이번주안에 마무리가 될 것 같아요.
조경설계/ 라이브스케이프(유승종 조용철 안성민 박경철)
조경시공/ 라이브스케이프+조경디자인이레(유승종 조용철 전윤식 김건우 안성민)
초화식재/ 오랑쥬리 (주례민)
야외싱크/ 오엔오
예고편.
예각으로 만나는 건물의 모서리를 지워내기 위해 검은색 화산석과 밝은색 호피석으로 강열한 명암대비를 주었습니다.
마른 나뭇가지들에 스테인을 4회(씩이나!) 뿌렸습니다. 색이 아주 좋게 올라왔습니다. 흐뭇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