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OCT 2013

현상설계 당선 - 서울대학교 노천극장


서울대학교에는 버들골이라는 지명의 얕으막한 구릉지가 있습니다. 애초에 골프장이었던 관악산 기슭에, 그 당시만 해도 동숭동에 있던 서울대학교를 통채로 이주시켜버린 이유는 알려져있다시피, 격렬한 학생시위를 효과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천혜의 자연 지형을 이용하고자 했던, 다분히 군사 작전적(?)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이후로 수십년간 대학 캠퍼스는 발전과 성장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캠퍼스내 건물의 숫자가 꽤 많아졌죠. 관악산의 자연경관과 함께 애초 골프코스였던 구릉의 굴곡을 잘 보존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 이곳이 바로 버들골입니다. 아 아름다운 초지입니다.

2011년 우면산 일대의 물난리. 이상기온으로 인한 서울지방의 국지성 집중호우를 겪으면서 서울시는 방재대책의 일환으로 관악산의 수계를 정비하기 시작합니다. ( watershed 라고 하지요. 수역별 수량을 파악하여 적정한 수체계를 만들어 주는 것. 미국에서는 수순환체계의 정비와 저류형 습지를 디자인하는 것만으로도 한학기의 스튜디오를 만들 정도로 시민의 안전과 국토의 합리적인 환경조성이 조경가의 많은 역할이었는데 한국에선 그다지 음. 여기서 스톱하겠습니다. 지금부터 노력하여 바꾸면 됩니다 ^^)


어찌되었든 그 이유로 인하여 서울대학교는 적지 않은 용적의 방재용 저류조를 대학캠퍼스내에 신설해야 하고 그 위치가 바로 버들골이 됩니다. 이름에서 연상되듯 물이 흘러내려가는 골짜기로서 관악산 상부의 물들이 이곳으로 흘러내려가므로 어쩔 수 없는 최적의 입지가 되는 셈이지요. ( 아래의 스터디모형에서 약간 평평한 부분, 그 하부에 놓이게 됩니다. )

버들골에는 기존에 자그마한 노천극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다지 활용도는 없고 무대와 객석사이의 거리가 꽤 넓어 노천 극장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고 활용도도 떨어졌는데 이 노천극장이 저류조의 공사로 인해 철거되게 됩니다. 그러면서 새로 신설되는 저류조에 면하여 바로 아래부분에 새로운 노천극장을 신축하는 계획안입니다.

배경설명이 꽤 길었네요. 어찌되었든, 라이브스케이프는 보이드 건축, ph6 design lab과 함께 현상공모에 제출하여 당선되었습니다. 규모가 크진 않아도 생각을 깊게하고 건축과도 훌륭한 co-work으로 지형과 구조물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개성있는 노천극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출한 모형은 사진을 찍지 못하여 우선 스터디 모형을 올려봅니다. 버들골의 지형과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취지였습니다. Earthwork- 지형을 조작하다. 란 뜻으로 많이 쓰이는 단어인데, 조경 건축이란 것을 그대로 잘 표현하는 또 다른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려하고 분명한 큰 선의 디자인 보다는 오히려 지형에 그대로 안착한듯한 eathwork 으로서의 노천극장. 그러면서도 그 자체가 디자인의 개성있는 언어가 되는... 것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보이드 건축의 이규상 소장님, Ph6의 조윤철 소장님과의 협업도 즐거웠고 여러모로 보람과 의미가 많은 작품입니다. 특히 저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듯한 분위기는 아이디어를 냈던 건축과 초기부터 긴밀히 함께 만들어갔기에 가능한 조형이리라 봅니다.

노천극장 바로 앞에 함께 리노베이션하는 플라자와 버스정류장 부분의 예시도입니다. 노천극장보다도 오히려 더 많이 자주 사용되며 궁극적으로는 노천극장과 잘어울리는, 한켤레의 또다른 외부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디자인팀
Void Architect.
Ph6 Design Lab
and
Livesca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