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DEC 2012

주택정원의 설계 및 시공 #2


지금 올리는 사진들은 지난 늦여름부터 시작된 주택정원 프로젝트의 것들입니다. 바쁘게 일하느라 핸드폰에 저장만 해두었던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니 현장일지라도 제대로 쓸 걸 하는 아쉬움이 드는군요.

현장 첫날의 사진입니다. 앞으로 일어날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크레인의 카리스마

현장에 차폐용으로 식재된 소나무들은 전반적으로 좋은 나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나마 수형이 왠만큼 좋은 것들을 제외하고는 캐내어 부지밖으로 넘깁니다. 이미 건축에서 담장공사가 완료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크레인을 사용합니다.

그나마 남겨진 몇몇 소나무들은 그 모양새에 따라 다시 배치를 하기 시작합니다. 장비가 살짝 힘을 주고 들고 있으면 일하시는 분들이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맘에 드는 면을 잡아갑니다. 내가 책상에서 그린 도면위의 원하나가 결코 쉽게 지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기울여보기도 하고 여러가지 조합을 만들어가면서 나무로 그리는 풍경화를 만듭니다. 절대적인 감각이 필요함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함께 하는 조경디자인 린의 이재연소장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건축주분께서는 복이 많으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나무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마침 적재적소에 나무들이 수배가 되었습니다. 사진의 주목들은, 결코 우리가 평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주목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말그대로 미친여성분 머리칼처럼 마구마구 자란 아이들입니다. 농원에서 이곳저곳 둘러보던 중 눈에 들어온 놈들이지요. 기울어진 산비탈에 한쪽으로만 햇볕을 받고 있어서 반대편은 아주 빈약하게, 반면에 앞쪽은 굉장히 자유롭게 자란...이 아이들이 마침 수량도 적당히 있어, 이것들을 애초에 있던 소나무자리에 차폐용으로 보완하기로 합니다. 조경은 살아있는 것들입니다. 기성품을 가지고 디자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세심함과 정성이 필요하지요. 또한 그렇기에 건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