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얍삽하다라는 단어가 좋다.영어로 스마트하다라 함을 그나마 쉬운 우리말로 지대로 표현한 것만 같은 느낌.양아치같은 어감 속에 감추어진 '치명적으로 정확한 방법'이라는 뉘앙스가 참 좋다.여튼... 이것을 레인가든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나. 정확히 모양상으론 요새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레인가든은 아니다. 그러나 기능적으로는 레인가든. 얍삽한...
원래 저 콘크리트월의 바로 아래에는 폭 50센티정도의 콘크리트배수관이 길다랗게 놓여져 있었음. 담장을 둘러서 빙 돌아서 쭉 쭉 쭉토목은 원래 그럼.이걸 인정하고 정원을 만들면나오는 예상 그림또한 너무 그럼.그리하여.토목관을 아래로 십센티 이상 내리고.그 위에 부직포를 덮고.
그 위에 돌을 덮고 그 돌들이 옆으로 흘러 빠져나오지 않게 더 큰 돌을 경계석처럼. 왕마사의 아래에는 튼튼히 다짐을 하고 나서 토목에서 사용하는 지오그리드를 사용. 3톤이상의 차량 하중에도 왕마사가 쓸리거나 파이지 않도록 함. 정원은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준공검사 시 주차구획선은 필수체크리스트임. 이렇게 해놓고 준공검사를 득한 후. 추가로 한 겹의 왕마사를 포설...주차구획선을 덮어 학익진을 구성하며 동시에 처진 스트라이커를 기용. 배후를 공격하기로.
그렇게 주차장바닥까지 밀고 들어온 쳐진 스트라이커. 에키네시아와 저 뒤 수국과 노루오줌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진실임. 주례민 작가의 개인 야드에서 키운 것을 직접 가져옴. 시장에는 저런 크기가 없음요)
이쯤해서 오랜만에 펼쳐보는 1년 전 디자인.
이럴수가 러프하다. 늘 그렇듯. 그때는 고민했지만 시간지나 보면 늘 부족한건가. 프로젝트와 함께 하는 시간이 그래서 값진 건가. 이제 이 정원도 시간이 지날수록 건축과 함께 풍성하게 살아나리라 (그럴거지?)
저 멀리 서 있는 가벽의 뒤에는 벌개미취와 산국이 기대어서 늦가을 마지막 가쁜숨을 헐떡이리라.
끊어질 듯 이어지는 오솔길은 주차장 바닥과 내부의 밀원과 그 뒤의 산책로로 연장되어 있다.
그냥...
조경은 그런 것 같다.
기술이 감성이 되는 것.
드러나진 않아도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움직이는 것. 비밀스러운 정원이란 뜻에서 밀림이 아닌 밀원이라 이름 붙여본다. 깊은 풍경의 밀원.
범수와 석범과 례민에게 감사하고. 오랫동안 함께한 용철에게 감사하고. 우리에게 믿고 맡겨준 건축주에게. 그리고 곽희수 소장님에게.... 무엇보다 하나님께...라고 글을 쓰면 왠지 이프로젝트 끝난것 같은데. 절대 아니다. 아직도 몇주 더 남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