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사이트 첫번째 주자 김범준 디자이너입니다. 해외답사지원 프로그램인 라이브사이트의 취지는 해외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디자인 사례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유하면서 나 그리고 우리의 인사이트를 한 뼘 한 뼘씩 넓혀가는 것에 있습니다. 저는 이번 라이브사이트로 도쿄에 위치한 도심 속 타워형료칸인 [호시노야도쿄]를 다녀왔고 그곳에서의 공간경험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호텔입구에 다가서면 거대한 노송원목의 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길죽한 현관이 펼쳐집니다. 측면의 천장고까지 닿아 있는 전통문양의 나무장식으로 자연스레 눈이 가는데 한칸 한칸이 고객들의 신발장의 기능을 합니다. 시선의 끝에는 이케바나 라고하는 일본전통 꽂꽂이 화병이 고고하게 서있습니다.
첫 장면이 꽤나 강렬합니다. 직원분의 에스코트와 함께 신발을 벗고 한단 올라가면, 이 순간부터 발이 닿는 바닥은 엘리베이터, 로비, 라운지, 그리고 객실을 포함하여 모두 다다미 바닥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마치 호텔의 전체 층이 다 나의 객실인 것처럼 연속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로비에 내릴때는 익히 아는 띵! 소리 대신 둥탁!하는 대나무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립니다.
이렇게 사소한 부분까지 챙긴다고?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디테일들이 하나하나 모여 호시노야 만의 공간경험과 세계관을 만들어주는 듯 했습니다. 이 외에도 플라스틱이 아닌 원목으로 제작된 객실카드키라던가, 제공되는 유카타를 입고 거닐 수 있는 휴먼스케일의 정갈한 정원, 끌때도 서서히 페이드 아웃되는 객실의 조명설계 등 호시노야만의 디테일들이 있었습니다.
제일 재밌었던 디테일은 건물입면에 쓰인 전통문양의 격자인데 실내 한지창에 문양이 그림자로 드리워 질 때 해의 위치에 따라 그 연출이 달라집니다. 건물의 외장재이지만 무엇보다 디자인으로 힘이 있는 내장재로도 기능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호시노야 도쿄가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입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다다미스테이지에서 전통악기 공연을 보며 사케 한잔, 최상층에 있는 노천온천을 하고 나오면 준비되어 있는 최고급 우유, 금색 코인과 바꿔먹는 소바와 와인, 그리고 라운지에서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차와 다과까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가 일본 전통과 문화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보다 깊이 있는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머무는 동안 일본 특유의 환대 문화인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와 호시노야도쿄가 지향하는 '압도적인 비일상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이라는 행위는 자기안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올리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는데, 내 안의 우물을 좀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인사이트의 시간이었습니다.
P.S. 1박에 200만원 숙소는 엄두도 못낼 어린 디자이너에게 소중한 경험 선사해주신 smooth님과 LIVESCAPE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그래서 내년엔 어디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