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JUN 2023

회사홍보꺼리를 찾았음.

제일 싫어라 하는 것이 남들 하니까 생각없이 따라 하는건데 그 중의 하나가 회사 워크샵인 거 같어. 왜 그런거 있잖아. 

연말에 회사 연차 소진시키면서 직원들이랑 동남아 같은데 다녀오는거. 그러고 우리는 이러고 있어요 하고 꼭 sns에 올리는 그런거.


어차피 회사 비용 아끼느라 직원들 연차 태워버리는 작전이고 자기도 쉬고 싶은데 직원들 동원하는 거고 

뭐 그런 의도가 일프로 정도 있을 수 있다면 나는 그런 워크샵 안간다 안가. 그래서 만든 제도가 있다. 바야흐로 라이브사이트


인스타그램에 뭔지 있어 보이는 사람처럼 올린 글이 있는데, 대략 간지럽지만 다음과 같다.

https://www.instagram.com/p/ClK3J-CLrK8/?igshid=MzRlODBiNWFlZA%3D%3D


회사채용공고를 보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사내공지로 올린 글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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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기회가 되는 대로 해외로 여행을 가고자 하는 편입니다. 일상에서 빠져나와 홀가분하게 자기를 돌아보고 뭐 이런것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 핸드폰과 테블릿으로도 일을 많이 하는 지라 일상은 로밍만 터진다면 얼마든지 이어지잖아요?

2015년 10월에 아만도쿄에서 이틀을 지내고 왔습니다. 가방을 들지 않은 편안한 빈몸으로 앉아서 체크인을 하는 경험과, 
높은 곳에 몰래 숨겨져 지상의 정원을 따듯하게 비추는 조명을 찾았고, 무엇보다 아아…호텔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오데마치포레스트!

2020년에는 호시노야도쿄를 다녀왔습니다. 엘레베이터의 정지음 소리로 사용된. ‘투웅 …탁.!’ 일본식 정원에서 대나무 시시오도시가 돌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계속 지속될수 있었던 공간경험.

모두 현장에서 직접 머물러야만 알수 있는 것들입니다. 사진을 통해서는 알아챌 수도 없는 것들입니다. 무엇보다 맥락을 알게 됩니다. 
핀터레스트에 수백장의 사진을 모아 놓아도 그것들을 꽤뚫는 이야기를 세우는 것이 중요한 시대잖아요?

디자이너는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면 감각을 세우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로 인해 우리가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어디까지 생각이 나가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디자인답사여행을 좋아합니다.

당연히 좋은 장소에서 발견해 온 생각들을 직원님들과 공유를 하려 하는 편입니다. 직접 가서 보고 느끼는게 중요하다는 대사로 마무리하지만 속마음은 편하지 않았습니다.

호시노야에서 만난 젊은 한국 여성분이 기억나네요. 이런 곳은 여력이 생길때마다 나온다고 합니다. 
짧은 대화여서 그분과 통성명도 못했지만 왠지 모를 있어빌러티가 느껴졌는데 아마도 꽤 유명한 인스타인플루언서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작 우리직원들은 힘써 일하고 있는데 그탓(?)에 이런 것들 모를 수 있는데. 과연 나혼자 돌아다니는게 맞는 걸까. 
어쩌면 저런 젊은 사람들이 클라이언트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동시대의 우리 직원님들도 경험해야지요. 뭐 그런 생각들이 많았습니다.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이라는 행위는 자기안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릴 수는 없습니다. 
자기안의 우물에서. 자기안의 인사이트로 만드는 과정일 것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자기우물을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바쁜 매일의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환경에서, 
생각의 깊은 우물을 만들어 보는 경험을 가져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되면 좋을것 같습니다.

직원님들에게 1인당 1회 200만원까지 지원하는 해외여행지원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조건이 있습니다. 
80퍼센트이상은 숙박비로 지출해야 합니다. 평소에 엄두를 못낼 만큼 비싼 곳에서 1박하고 와도 좋습니다. 3박은 안되고 2박까지입니다. 그러므로 싼곳에 가면 본인만 손해입니다.

좋은 카메라가 필요하면 그것도 들고 가시구요. 줄이 쳐있지 않은 작고 얇은 수첩을 함께 드리고 싶습니다. 
한두페이지정도만이라도, 그림도 좋고 글도 좋고 낙서라도 좋으니 한공간에서 오래머물며 느끼는 점을 기록해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 덕에 한해가 있었습니다. 한분 한분의 노력으로 우리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숙박지 및 장소는 대략 아래와 같으며 연말까지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아만 - 도쿄. 교토. 가리. 부탄
호시노야 - 도쿄. 가루이자와
노메드호텔. 7132. 네버엔딩섬머. 츠타야서점이곳저곳. 그라운드오브알렉산드리아.

#라이브스케이프#채용공고#디자인사무실#디자이너의여행#직원복지 


라이브사이트 첫번째 주자 김범준 디자이너입니다. 해외답사지원 프로그램인 라이브사이트의 취지는 해외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디자인 사례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유하면서 나 그리고 우리의 인사이트를 한 뼘 한 뼘씩 넓혀가는 것에 있습니다. 저는 이번 라이브사이트로 도쿄에 위치한 도심 속 타워형료칸인 [호시노야도쿄]를 다녀왔고 그곳에서의 공간경험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호텔입구에 다가서면 거대한 노송원목의 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길죽한 현관이 펼쳐집니다. 
측면의 천장고까지 닿아 있는 전통문양의 나무장식으로 자연스레 눈이 가는데 한칸 한칸이 고객들의 신발장의 기능을 합니다. 시선의 끝에는 이케바나 라고하는 일본전통 꽂꽂이 화병이 고고하게 서있습니다.

첫 장면이 꽤나 강렬합니다. 직원분의 에스코트와 함께 신발을 벗고 한단 올라가면, 이 순간부터 발이 닿는 바닥은 엘리베이터, 로비, 라운지, 그리고 객실을 포함하여 
모두 다다미 바닥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마치 호텔의 전체 층이 다 나의 객실인 것처럼 연속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로비에 내릴때는 익히 아는 띵! 소리 대신 둥탁!하는 대나무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립니다.

이렇게 사소한 부분까지 챙긴다고?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디테일들이 하나하나 모여 호시노야 만의 공간경험과 세계관을 만들어주는 듯 했습니다. 
이 외에도 플라스틱이 아닌 원목으로 제작된 객실카드키라던가, 제공되는 유카타를 입고 거닐 수 있는 휴먼스케일의 정갈한 정원, 끌때도 서서히 페이드 아웃되는 객실의 조명설계 등 호시노야만의 디테일들이 있었습니다.

제일 재밌었던 디테일은 건물입면에 쓰인 전통문양의 격자인데 실내 한지창에 문양이 그림자로 드리워 질 때 해의 위치에 따라 그 연출이 달라집니다. 
건물의 외장재이지만 무엇보다 디자인으로 힘이 있는 내장재로도 기능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호시노야 도쿄가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입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다다미스테이지에서 전통악기 공연을 보며 사케 한잔, 최상층에 있는 노천온천을 하고 나오면 준비되어 있는 최고급 우유, 금색 코인과 바꿔먹는 소바와 와인, 그리고 라운지에서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차와 다과까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가 일본 전통과 문화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보다 깊이 있는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머무는 동안 일본 특유의 환대 문화인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와 호시노야도쿄가 지향하는 '압도적인 비일상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이라는 행위는 자기안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올리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는데, 내 안의 우물을 좀 더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인사이트의 시간이었습니다.

P.S. 1박에 200만원 숙소는 엄두도 못낼 어린 디자이너에게 소중한 경험 선사해주신 smooth님과 LIVESCAPE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그래서 내년엔 어디가지? 


참고로 직원동원행사 무지 싫어라 하는 편이다.

뭔가

관제

어용 

같은 느낌의 강요된 휴식일거 같아

자기들끼리 제주도 워크샵 다녀온 사진. 기쁨과 흥이 넘쳐나는 ENFP

뒷모습만 봐도 즐겁지 아니한가 말이다. 민호 종아리 실하규만. 쾌유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