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사실 저는, 정원이라는 것, 조경에 대해 잘 몰라요. 하지만 조경은 경치를 만드는 일이잖아요. 저는 소리경치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 소리풍경을 만들 때 ‘이 소리가 꼭 필요한가?’ 에 대해 매번 고민을 합니다. 굳이 없어도 되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죠. 빼야 될 것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제 성향이 진취적이진 못한 건 맞아요.
사람들은 정적을 힘들어 합니다. 적절한 소음이 있어야 사람이 편하거든요. 정적이 익숙치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 소리가 안 들리는 상황이 됐을 때 불안하거나 우울해 지기도 합니다. 기분을 띄우기 위해 카페인이 든 커피를 자연스럽게 마시는 것처럼, 소음에 익숙해지면, 정적의 가치를 잘 모르게 됩니다.
저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자연 그대로를 보고 들을 때 짜릿함을 느껴요. 사람의 손길이 들어가서, 자연을 더 아름답고 돋보이게 만든다면 괜찮겠죠. 그런데 우리나라에 말도 안되게 지어놓은 건축물을 보면, 오히려 ‘짓지 말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도 가져요.
그래서 자연 속에서 작품을 다룰 때 ‘이게 꼭 필요한 것일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 봅니다.
유: ‘과연 여기에 무엇을 담아야 할까?’ 전 처음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권 작가님을 만나면서 줄이고 또 줄이게 되었지만 말이죠. 그게 진짜 직관적인 거죠. 그래서 캐나다 가든페스티벌에도 편하게 작동하는 그런 것을 찾고 있습니다. 그게 맞는 방향인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조경하고 미디어가 만난다? 조경과 미디어가 같이 하는구나’가 하나의 이슈가 될 순 있겠죠. 사람들이 생각하는 조경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고, 미디어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둘이 정말로 만나야 하는 거잖아요. 여기에 이것이 무엇 때문에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대화로 찾고, 덜어내는 것, 그것이 협업이 빚는 중요한 그 무엇이라고 봐요.
권: 성산 일출봉에 있는 안도타다오의 ‘지니어스로사이’ 건물 내 미디어 작품을 보면, 영상으로 일출봉이 나옵니다. 그런 것이 억지스러운 것 같아요. 미디어를 더하는 작업이었는데, '이걸 왜 했나'싶고, 답답했지요. 제가 보기엔, 그 공간을 비워두는게 재미있을 것 같았거든요.
유: 잘하는 사람일 수록 뺀다는 말이 있잖아요. 스스로도 점점 빼는 것이 잘하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딱 봤을 때, 이해가 되는 것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대단한 내용이 있고, 작동하는 그 무엇이 있다고 치더라도, 그것들이 장소에 감동을 주기 위한 장치는 아니라고 봅니다. 우리가 디자인을 할 때, 장소성과 컨텍스트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러면서도 뭔가 넣으면서 담고 싶어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오히려 담는 것이 아니라 빼는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할 필요가 있어요.
권: 미디어가 자연에 개입했을 때 서로가 살아나는 작업을 볼 수 있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생각이 많은 것 같아요. 주로 ‘사람이 더 있게 하고 싶은 공간, 재미보다는 신비로움 같은 것들을 더해 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