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플랜에 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웃기게도 직접 만들어내는 작업에 관한 글을 쓰고 싶어집니다. 정반대의 작업이지요. 미스터플랜은 1;5000스케일. 정원을 만드는 일은 1:5스케일. 여기에는 돌의 소재와 나뭇가지의 모양들도 중요한 결정사항이 되는...
오래전 미국에서 일할때, 들어간지 몇달 안되어서 병원내의 치유정원을 설계한 일이 있습니디. 디자이너가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말같은것은 굳이 없었고 직접 돌을 선택하러 가야하니 하루 시간 비워놓으라고 하더군요? 외장하드를 뒤저보면 그때의 사진들이 나올텐데...어쨌든..시니어디자이너이자 총괄책임이 자기가 하는 걸 보고 따라서 골라주라고 하기에 쭐래쭐래 쫓아가서 우리가 채석장에 가서 선택한 돌에 마커 스프래이로 일련번호를 칠하고 돌아와서 도면에 반영했던(대충) 일이 기억나는 군요.
한국에서 꽤 오랫동안 열심히 일을 해도 그런 경험은 없었습니다. 그저 디자이너는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말만 주문처럼 외울뿐.. 그런데 그것은 한국의 문제라기보단 조경-다시 말해 외부공간 디자인- 에 관한 의식부재의 탓. 그리고 그렇기에 당연히 따라오는 뭐랄까 조경가에 대한 낮은 기대치. 그리고 처음에는 그에 발끈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낮은 기대치에 부응하는 적게 들이게 되는 노력...그 결과로 당연히 따라오는 것은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입지.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낮은 기대치.
이것은 쳇바퀴와 같습니다. 제 아무리 아이비리그에서 공부하고 유명한 회사에서 일하고 와도 몇년지나 하는 말은 ...한국에선 어려워 ...
맞습니다. 맞고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조경에 대한 관심은 국민소득 4만불이 넘어야 생겨나는 문화현상인데. 국민소득 높은 나라에서 배워온 잣대를 가지고는 피곤한 진단외에는 가능한 게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조경설계가가 현장에서 관리하고 설계를 추가 변경할 제도 조차 없고. 말했다시피 열정조차도 식고 있습니다.
정원을 직접 만드는 일은 그러므로 라이브스케이프로서 소중한 한 부분이요 소명입니다. 그림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만드는 것을 돕는 수단이기에 또 그렇죠.
이렇게 글을 길게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길어지는 걸 보면 평소 하고 싶은 이야기였나 봅니다. 사진첩을 뒤져보니 2년전 프로젝트를 위해 직접 철원의 채석장에서 미국에서의 그방법과 동일하게 돌을 골라냈던 경험이라 한 꼭지 쓰려 했는데 이리 길어졌네요. 조경디자인 린의 이재연 소장님으로부터 많은 배움을 얻었단 귀한 현장이지요. 우선 사진 몇개만 올려봅니다. (계속 이어서 올리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