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NOV 2014

형태의 의도-현상설계를 말하다


사무실의 nas를 이제야 손을 보았습니다. 핸드폰에서 접근이 되는 사무실의 폴더들을 다시 반갑게 들여다보다. 문득 눈에 들어온 2012년의 작업.


한국수력원자력 사옥 현상설계(당선,with무영건축)


이 당시가 희림건축을 떠나 그룹한이라는 대형 조경회사의 본부장으로 일할때 였지요. 그때 그렸던 작업. 현상설계 이야기입니다.

현상설계. 좀 지나치게 표현하자면 모형의 씨지뷰를 결정하고 거기서부터 디자인을 시작하는... 가치판단은 유보합니다. 그러나 그런 영역에서도 디자인의 롤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건축에서 받은 매스를 최대한 활용(?)하여 앞 머리부분을 최대한 벌려주며 큰 면으로 규정하는 선을 만듭니다. 모형 사진과 cg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지요.


건축에서 잡은 배치를 보니 마치 큰 뱀이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 녀석이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으로 더 들어가보자. 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습지만 이런 게 강렬한 자극이 되는 게 어떤 종류의 설계경기에선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중요한 건 이거죠. 디자인에서 의도가 중요한가. 의도를 잘 드러나게 하는 게 중요한가? 이미 이 단계에선 의도가 뱀이건 돼지건 중요한 국면이 아닙니다. 디자이너의 의도를 잘 '드러내는'것. 그리하여 디자이너의 '심상'이 타자에게도 '현상'이 되게 하는 것. 아마 그래서 현상설계일까요?? ^^

여기서는 그러한 읽히게 함. 드러나게 함이 몹시 중요합니다. 일단 강한 인상을 한바탕 주고 관심을 끌게 하고 ' 자 어여 이리와봐 설명해줄게..'이런 식이지요. 뱀의 앞머리가 좌우로 움직이는데 앞발에는(어느덧 도마뱀이 되었음ㅋㅋㅋ) 양쪽 다 글러브를 끼고 ... 앞으로 엉금엉금 나간다. 굉장히 웃길수도 있지만 건축과의 디자인협의에서도 실제로 나눈 말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형태로 번안되는 것이지요. 어찌보면 디자이너는 추상의 세계를 구상의 언어로, 하늘을 떠다니는 관념적인 이야기를 땅의 말로 풀어서 만들어 내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자기만의 언어로 체화하여 다시 형태로 토해 내놓는 것(물론 그것이 형태로 타인에게도 충분히 감지가 되어야 하지만)이 중요합니다. 설계설명서에는 대략 다음과 같은 설명으로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산의 능선과 건축의 선형배치의 사이에 다양한 외부공간을 설정. 전면부의 생태습지외 친환경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의 루프. 어쩌고.... 생태습지?친환경주차장? 에 관한 기술적인 설명 따윈 없습니다. 그게 있으면 좋다는 거 다 압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다만 그것을 '드러내는'것이지요. 전체 배치 안에서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주차장과 습지를 주차장1.주차장2.습지. 이렇게 3구간으로 나누어서 중앙-좌-우의 관계로 설정합니다. 이렇게 해야 왼쪽 오른쪽 각각 글러브를 끼게 되지요 ^^ 당시에 이형으로 잡은 레이아웃안에서 주차대수와 동선을 풀기 위해 고심했던 기억이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