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MAR 2016

깊은 숲의 정원. 봄.


첫해의 혹독한 겨울을 넘겼다.

식물들은 겨울전에 잎들을 떨구고
여름내 저 끝까지 올라있던
마지막 한톨의 양분까지
모아 모아 모아서 뿌리로 내린다.
땅속 깊은 곳에서 그렇게 겨울을 버틴다.


죽지말라고 얼지말라고 보온재를 단단히 덮어준 것이 지난 초겨울. 첫해를 지나 얼마전 월동채비들을 해지했다.


이끼들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바위에 잘 활착되어 올 시즌 제 몫을 단단히 할 것 같다.

기린초. 귀엽다.

고사리도 기지개를.

고사리의 고사리손 같은 새잎이 꽈리를 푸는 순간은 아아.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이나 귀엽다.

이제 드디어 정원을 사랑하게 된 건축주가 심으신 구근들.

운용매화도 톡톡 터진다. 팝콘이다.

눅진한 깊은 숲의 알몸이 옷을 입으려 한다.

정원을 만드는 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