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를 조작하는데 있어서
차경은 주로 알고 알려진 개념이다.
병산서원의 만대루도 그러하고. 특히 건축에서 즐겨 사용하는 단어.
이에 반해 억경은 경치를 억제한다는 뜻이다. 클라이믹스를 위해서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경관을 억누르는 것이다. 회재 이연적의 독락당이 그러하다. 주로 차경과 억경은 항상 상호보완적으로 따리다니는 한쌍의 켤레이다. 이들은 그런 연고로 조경디자이너에게 왼손과 오른손.
자경이라는 게 또 있다. 이름하여 자기의 경치를 즐기는 것. 무릎높이로 뚫린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소소한 소품들. 이를테면 툇마루에 놓인 공방대와 풀려진 갓끈을 보고 아 손님이 오셨구나. 아버님이 출타준비를 하는구나. 부터 시작해서. 삶의 이야기들을 다시 바라보는 경관으로 만드는 것.
우리정원의 자경을 생각한다. 일단 콘크리트 가벽을 현대판 툇마루라고 보고 세웠다. 두번에 나누어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저 맛이 안나와서 현장에서 많이 고민함. 의자면 어떻고 툇마루면 어뗘. 사진에선 안보이지만 창문 바로 아래 놓인 큰 돌들은 아직 허전하다. 펼쳐진 숲속에 주섬주섬 삶의 보따리들이 풀어질 순간이다. 주인이 아끼시는 소품들을 일단 받아 놓았다.
지피공사가 마무리되길 기다린다. 포토 by 범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