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APR 2022

푸른길빌딩 바이오필릭디자인

학창시절 살맞대고 지내던 후배님이 있었다. 그는 나보다 나이는 형인데 학번은 낮다. 그는 나에게 선배님이라 하고 나는 후배님이라 한다. 사실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는 좀 어린 후배님들께 조차도 존대를 하는게 엔간해선 맞는 일 같다. 늙어서 야 자 형 녀석아 이런게 그닥 좋아 보이지도 않아서. 무엇보다 나는 그를 존중하고 존경한다. 굉장히 많은 이유에서. 암튼 몇년전 전화가 왔고 사옥을 짓는다고 한다. 건물안에 우리의 작업을 넣고 싶다고 한다. 


아 어쩌지.. 우리 잘하는데.. 좀 좋을텐데 괜찮겠어요? 


네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라고 한다. 


그런 맘이라면. 어디보자 읏짜..

자료들을 다시 보니 2020년 부터 시작한 것이구나. 토심과 배수와 하중에 대한 자문을 설계에 반영해 놓았다. 그리고 한참지나 가보니 건물은 올라가 있었다.

두 개층이 오픈된 중정이다.

장인어른이 주셨다는 돌 두꺼비가 귀엽구나 우리가 이런 건 또 써줘야지 않겠어.

사다리차 소중해

긴장된 순간이다. 재료의 얼굴들 크기들 모양을 보고 너네들은 어디에 어떻게 심어줄까. 생각중인것 같다. 

이미 디자인을 다 끝내놓고 주문한 것이지만 디자이너가 현장에서 직접 이렇게 감리를 하고 최종 조율을 해야 함. 

디딤석은 한차 더 싣고 내려갔는데 현장이 먼 곳이다 보니 고민하다가 어떨수 없었다. 모자를수도 남을수도 있는 상황. 

여유가 있으므로 현장 모양에 맞추어 이리저리 고르고 있다. 결과적으론 잘한 일이란 겁니다 네. (아니 SNS가 그런거지 뭐)

식물의 종류도 그렇지만 양도 많다. 후배님을 향한 나의 맘이다. 나중에 마구 더 추가를 했다. 색을 여러가지 사용하고 싶었다.

영차영차 참. 고프로를 들고 갔는데 쓰는 법을 모른다. 옛날엔 기계 설명서 볼 필요가 없었는데. 나도 옛날 사람이 되어가나보다 이런 이런

몬스테라 인디아 셀렘 홍콩야자 대왕야자 등등이 동원됨. 물론 네 학명 써야 합니다. 나도 압니다. 이래뵈도 아이비리구 유학파라구요.


그러나 한국에선 농장에서 쓰는 말대로 일단 따라갑니다. (미쿡 농장은 농장사장님들 전부 학명기준으로 사용한다. 미안하지마는 이것이 나의 반식이야)

어쩌다 현장에서 생긴 화분이 있어 이렇게 만들어 놓음

나는 팔손이를 벌리고 가지 정리를 해주었다. 이따금 이런 손과 몸을 쓰는 일을 하면 정말 내가 이 일을 하는 일이 즐겁고 행복한 느낌이 들때가 있지

디딤석을 일부러 이어지지 않게 해 놓았다. 끊어진 곳에서 쉬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쉬는 동안 숨어있을수 있도록 식재로 살짜쿵 주머니 같은 여유공간을 만들었다. 

작은 공간에선 이런 디테일이 중요한데. 그렇다고 우리가 큰건 안하는냐 또 그런건 아니다. 그런건 그런것대로 또… 참 우리회사도 신기하다. 

암튼 여기에 맞는 의자로 베르토이아를 추천하고 왔다. 클래식이지. 늘 이야기하잖아 내가 정원은 식재가 아니라고 리빙이라고. 마지막까지 늘 같이 생각해야 하는 어떤게 있다.

위에서 보면 이렇다. 서로 닿을듯 닿지 않는 디딤석. 그리고 베르토이아를 놓을 거울앞의 작은 공간은 마침 홍콩야자의 수형을 이용하여 이리저리 배치하면서 찾았다. 

후배님이 이런저런 격술 특히 타격기에 능한 무도인이다보니 직원들이 유사시 은폐엄폐가 쉬우면 좋겠다. 

그런 이유에서 한쪽 벽을 거울로 하기로 했다. 비치도록 넓어보이도록. 그렇가 제 아무리 잘 숨어도 결국은 걸리게 되어 있다.

자 이제 여기까지 하고 에이밍작업. 중정의 각층 상부에 레일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초록초록의 앞뒤위로 찰랑찰랑 조명을 연출하고자 하는 거시었다.

이렇게 벽에 드리운 그림자를 만들었다. 바람이 불면 하얀벽에 풀잎들이 바스락 움직이는 장면을 만든다.

또는 이렇게. 하여간 빛은 또다른 공간을 만드는 마법이다. 우리의 눈은 오로지 비츠로 대상을 감지하기 때문에 라는 말씀을 유명조명회사 비츠로 대표님께서 해주셨다. 아무튼 마사가 실내로 들어오지 않도록 식물을 꼬박꼬박 심었다. 일부는 실내로 이파리를 드리우는데 그렇다 의도된 것(이라고 하자 좀)

아까 데리고 들어온 두꺼비커플이 영화를 보고 있습니다.

잘있어 얘들아 형은 갈게

덧1. 이런 사무실에서 일하면 좋겠죠?

덧2. 이 장면이 의외로 괜찮더라 실눈 가늘게 뜨고 여기가 어디인가를 살펴보고 있는 느낌 

덧3. 렌더링입니다. 렌더링 맞구요. 아닙니다 실사에여 ㅎ 

원래 이일은 사무실이 바빠 직원들 안시키고 혼자서 돌아다니며 하던 일이다. 공사일정이 토요일이어서 직원님들의 도움을 굳이 생각 안하는 멋있는 사장을 상상했으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나의 희망이었음을 알았다. 


한없이 겸손해진 맘으로 같이 가면 어떨까 하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는데 흔쾌히 모두 손을 들어주었고 그 사이 힘쓰는 인부들도 다 채워져서 입장을 돌변하여 응 그래 니들이 그리도 애타게 원하면 내 이번엔 딱 한명만 같이 데리고 가주마로 했다. 그 유명한 로스트차일드 님이다. (로스차일드 아님)

일하면서 이따금 단발마 같은 그의 OK! 에 힘을 많이 얻었다. 손톱끝에 묻은 흙물은 늘상 컴터 안에서 가상의 세계에서 생각만 하는 일이 되기 쉬운 우리 혹은 저희들에게 좋은 추억과 배움의 시간과 같기를 바라는 맘이었다라는 말을 할까 말까 하며 식당에서 함께 멸치국수를 쩝쩝하고 있었는데 배웅을 하러 손수 오신 후배님이 다시 발걸음을 돌려 식당으로 와서는 우리 로스트차일드에게 다량의 현금다발을 용돈으로 쓰라고 이만큼을 막무가내로 손에 쥐어주신다.  바야흐로 대단원의 막이 내리는 해피엔딩의 순간. The moment of Truth! 


마지막 덧. 후배님의 후기는 다음과 같았다는 소문이 전해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