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아래층. 그러니까 2층의 천정으로 오수관이 내려가야 하는데 기존의 오수관로와 연결을 하기 위해서는 화장실과 욕실의 배관이 한 곳에 모일 수 밖에 없는 조건.
리노베이션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마스터룸의 화장실, 거실 화장실, 그리고 부엌의 배관을 모두 하나의 구조스판 속에서. 즉, 저 사각형 안에 급수, 배수, 오수가 연결되어야 했다. 그런 조건을 안고 완성한 평면이 되시겠다.
침실은 침실인데 사진에서 왼편 모퉁이에 비밀이 있다.
다름아닌 이런 것이 발치에 딱. 이건 살아있는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참 이게 뭐랄까. 집안에 화분을 두면 첨에는 기분전환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실상 화분은 어느정도 지나면 부담이다. 물도 줘야하고. 무엇보다 이놈이 무표정이니 제 아무리 살아있는 생명이라지만 익숙해진 풍경이 되고나면 그 다음부터는 가구나 그림같은 오브제나 매한가지가 되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만든것이 이런 시스템. AN003호 (늘 우리의 마음에 함께 하는 안츤의 안 an. 그리고 another nature라는 뜻) 센서와 연동해서 사람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거나 발견되면 위에서 빗물처럼 물이 흐른다. 자연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이 아닌 자연의 현상을 담는 것이다.
아파트 표준 평형이 모든 집의 기준들이 된 요즘 시대이긴 하지만 이렇게 조금이라도 다르게 할 수 있으면 족하다. 부엌의 창문너머에 이파리가 살랑인다. 왜 내가 지금 그 앞에서 상추를 씻고 있거든. 내가 움직이면 풀도 움직인다.
내가 그 곁에 가까이 갈수록 이 아이들은 물을 한방울 두방울 후두둑 후두둑 맞는다. 이를 위해 천정에 관수 설비와 센서를. 바닥에 배수를 위한 설계를 한 덕이다. 꽤나 많은 수정들이 현장에서 이루어졌는데 모두 의미있는 일이었다. 기존 구조를 반영한 수정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개선 발전된 공간이 되리라 생각.
클라이언트는 미국에서 오신 셰프신데 별다른 군더더기가 없이 그저 있는 구조들이 시원시원하게 공간속에서 보이고자 했다.
결국은 중요했던 것은 기존 공간의 나타난 큰 선들을 지키는 것일듯. 이럴때는 오와 열, 속칭 와리를 잘 맞추는게 중요하지. 가구일지라도.
그러면서 얼핏 얼핏 보이는 녹색이 늘 가능하도록. 동네의 30년 된 건물이지만 이런 것이 반전이 되지 않을까.
가구가 들어오고 커튼을 달고 사진을 한장 찍어왔다. 살림들이 들어오면서 점차 사람 사는 공간이 되어 간다. 보람된 순간
틈새에 피어나는 그 어떤 것을 생각하고 돌을 골르고 있다. 욕실에 정원을 만드는 것이 최근들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되고 있다. 애시당포 욕실은 급수. 배수. 조명. 환기 등이 갖추어진 공간이 아닌가. 즉 온실과 같은 설비를 갖는다. 환경에 적합한 식물이 선택된다면 사람이 벌거벗은 태초의 모습으로 자연과 만나는 장면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