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JUL 2014

정원은 시공인가요 설계인가요.


정원은 시공인가요 설계인가요. 나무좀 운치있게 좀 놓고.. 저기는 잔디좀 깔고..이 앞에는 바위 좀 놓고 이럼 되는 거 아닌가요? 이런 이야기들은 때로는 건축주에게서 혹 드믈게는 건축가로부터도 듣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면 저는 이런 곳은 그렇다면 이렇게 쓸 건가요? 하고 묻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런 막연하게 던져지는 단편들 속에는 분명하게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여기선 좀 숨고 싶고, 여기선 좀 산책을 하고 싶고, 여기는 좀 넓고 그늘이 지면 더 좋겠고... 천천히 그런 것들이 따라나오기 시작합니다. 전문가가 아니므로, 그러한 이야기들이 충분히 머리속에서 익혀서 나오지는 않지만 계속되는 이야기를 들으며 부서지며 나타나는 이미지들의 단편들을 모아 장편의 서사로 구성하는 것. 설계가의 재미있는 작업중의 하나입니다.



때로는 어떤 경우는 설계가는 혼자만의 상상의 공간속에서 스스로 예측하고 만져보게 되지요. 고객과의 만남은 이것을 혼자만의 게임이 아니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아니면 디자이너는 이미 가진 짧은 순간 건축주의 빛나던 눈동자를 기억하고 그가 과연 좋아할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하기도 합니다. 디자이너는 공간과 사람의 중매자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말한 벗나무는 과연 어느곳에 올라가고 심겨질까요? 그것이 만들어내는 그림은 또한 어떻게 사용될까요 그럼 결국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어떤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것이 사용되어져야 하고 어떤 생활의 기억들이 만들어질 것인가가 그리는 디자이너의 손안에서 우선 먼저 들려져야 합니다.

전체의 서사를 짜는 일이 디자이너의 일이라고 했지요? 영화나 소설에서 늘상 그렇듯이 역시 이야기의 뒤에 든든히 버티는 것은 구성, 공간의 구성이지요. 이 공간은 어떻게 사용되어져야 하며, 어떤 윤곽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어떤 방향을 만들어야 한다든지 하는 것이 우선이지요. 사람으로 비유를 하자면 그런 것이 골격이라 하면 골격이 흔들리지 않고 튼튼히 버티고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나무가 좋다고 하는 것은 그것이 어떤 배경을 뒤에 두고 서 있는가, 옆의 창문과는 어떤 관계인가, 그것의 크기는 과연 적절한가... 하는 것이 종합적으로 잘 조직된 상태였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름답고 비싼 소나무를 자랑하시겠어요? 여리고 가늘지만 공간 안에서 함께 빛나는 구성을 자랑하시겠어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설계입니다. 계를 짜는 것! 그러므로 정원은 설계로부터 비롯되어야 합니다. 건축설계와 마찬가지이지요.

이 아이의 원래 정체는? 트렌치입니다. 우수 배수로이지요. 남한산성에 몇 달 전에 작은 공사를 마쳤는데 여기에 관한 이야기부터 조금씩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