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호미
지속가능한 디자인 ‘바다호미’
서천군은 황해도와 금강의 하구가 접하는 곳에 자리하는 지리적 특성으로 기수환경특유의 넓고 풍부한 갯벌생태계면적을 자랑하며, 해양수산자원 역시 다양하다. 이에 서천군은 친환경을 테마로 하여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열망의 일환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건립하고자 한다. 대상부지는 서천군의 관광자원, 갯벌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갯벌에서 조개와 게를 잡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민박집에서 만원을 내면 집게와 깡통을 빌려주곤한다. 이른바 갯벌 관광을 활성화하고자, 현상설계의 지침에는 건립부지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갯벌로 관람객을 유도하는, 접근도로에 대한 디자인을 제안하라고 한다.
갯벌로 가는 길이라… 갯벌로 가는 길의 디자인, 그것이 정녕 아름다운 길을 조성하여 사람들이 편하고 쾌적하게 이용하도록 하는 뭐 그런 길만 길일까. “갯벌로 가는 길”은 그런 물리적인 길뿐만 아니라 갯벌을 만드는 ‘방법’으로서의 길도 될 수 있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는 사람과 환경, 모두가 개발로 인한 유익함을 공평하고 지속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랬다.
이제 자연의 프로세스를 생각해 보자. 갯벌이라는 곳에서만 벌어지는 밀물과 썰물의 작용. 밀려들어오는 물, 빠져나가는 물, 이것은 매일 2번씩 반복된다. 우리가 제시한 ‘갯벌로 가는 길’이란, 바다호미라고 불리는 여러 마디로 서로 연결되어있는 부교판시스템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육지와 바로 연결되는 시점부만을 지면에 고정되게 하고 나머지는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관절과 같은 힌지시스템(hinge system)으로 서로 연결하도록 한다. 이 자유로운 부교구조물들은 고정단을 중심으로 허용 반경 안에서 마치 머리카락이나 실타래처럼 물살의 흐름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모양과 선형을 자유롭게 바꾸어가면서 떠있게 된다.
썰물 때에는 물이 완전히 빠져 갯벌이 드러나고 물이 빠져나가면 자유롭게 움직이던 판들은 갯벌의 어느 한곳에 내려앉으면서 고정된다. 이제 물 빠진 갯벌에 입장하는 관람객들은 이것들을 밟게 되고, 하부 면의 스파이크들이 갯벌 안에 깊숙이 박히게 된다.
다시 물때가 되어 밀물이 들어오면, 이 판들은 물로 인해 생겨나는 부력으로 물위에 떠있게 된다. 이로 인해 마치 농부가 밭고랑을 만들기 위해 호미질을 하듯이 갯벌의 표면 흙들을 갈아엎는 작용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물살의 흐름에 맞추어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다시 썰물이 되면 또 다른 위치에서 같은 일을 반복한다. 밀물과 썰물이라는 자연의 작동주기에 맞추어서 이러한 갯벌 위의 호미질은 계속 지속된다.
번성하는 작은 생명들
갯벌생태계에서 종의 번식이 가장 폭발적으로 왕성한 시기는 역설적으로, 홍수가 휩쓸고 간 직후라고 한다. 생의 환경들이 완전히 교란될 때 생물들은 본능적인 위기의식을 갖게 되어 왕성한 번식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밀물과 썰물의 간조주기를 이용하여 지속하는 부교판들의 호미질들은 결국 이 교란작용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과 동일한 셈이다. (이를 위해 부교판의 아랫면, 즉 갯벌과 접촉하는 면에는 갯벌에 그것들이 박힐 때 다양한 단면으로 접촉이 가능하도록 여러 모양의 스파이크들을 설치하도록 하여, 지속적인 갯벌의 개간작용을 효과적으로 할 수있도록 한다.)
이제 매일 하루에 2번씩, 하루도 빠짐없이, 밀물과 썰물이라는 자연의 작용을 이용한 갯벌의 개간작용을 통해 바다호미가 작동하는 반경 내에서는 근처의 어떤 다른지역보다도 월등한 양의 생물들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 이용자의 입장에서 이 갯벌로 가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단지 그 진입로가 형태적으로 아름다워서라기보다는, 결과적으로 다른 곳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갯벌생물들이 발견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Location
Year
Seocheon-gun, Chungcheongnam-do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