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시설이었던 건축을 다시 사용하는 종류의 공모전이었다. 점심시간에 찾아온 후배 소장의 도면위에 무수한 원으로 채워진 호빵을 그렸다.
나중에 판넬에는 다양한 종류의 초록색 나무로 표현될 것이다. 마치 색맹구분하는 차트북의 그림처럼.
각 나무들은 이 곳에서 고문을 받으며 희생되어간 생명들이다. 식재계획같은 것은 따로 없다.
이 곳에서 상한 생명들이 서로 모두 다른 다양한 삶의 길이 있었을 것이고 그러므로 이 나무들도 그저 다양하다.
서로 높이가 맞아야 할 필요도 없고 보기좋게 경관을 만들기 위해 조율 될 필요도 없다.
그저 살고 싶은만큼 저들의 생명을 대신해서 살아라. 밤마다 조명이 하루에 한나무씩만 켜진다. 모두가 하나같이 소중한 인생이다.
광장을 만들기 위해 비켜서 도열한 나무가 아니다. 이제는 나무가 중심이고 광장이 주변이 된다.
사이트안에는 테니스장이 있다. 주로 고문하던 사람들이 고문하다가 기분전환삼아 나와서 테니스를 쳤다고 하는. 땀좀 흘리면 상쾌한맘으러 다시 일하러 들어가자. 라고 했다는.
사실상 고문실보다 더 잔인한 장소. 여기는 나무로 둘러쌓이게 하고 비워진 한가운데는 나무 한그루를 심는다.
점심을 마친 직원들이 돌아올 무렵 몇 개의 그림과 보강 아이디어가 더 나왔다. 지난 금요일날 본선 프리젠테이션을 했는데 결과는 3등이다.
그러나 기분은 좋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그 순간에 나오는 아이디어들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