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그래서 조경은 어떻게 하게 됐냐면..
햇
근데 대표님은 원래 자연을 좋아하셨어요?
스
아니 그렇지도 않았어요. 사실 나는 조경이 있는지도,조경의 조도 잘 몰랐어요.
햇
아 정말요? 그럼 회사에서 일하시다 알게 되신거에요?
스
내가 그때 아셈을 갔잖아요. 거기서 이제 설계 하고 맨날 오토바이 게임하고 아무 생각 없이 해맑게 살았다고 했잖아요. 그때가 아셈 끝나고 회사로 복귀하기 직전이었거든요.
햇
네.
스
그때 절반은 회사로 복귀했고, 내가 2차 복귀 조였어요. 그때 당시만 해도 기본 계획을 미국에서 하고 나머지 4개 업체가 실시설계를 로컬에서 했어요. 그때가 IMF였어 가지고 그게 유일한 일이었어요. 잠깐 다른 얘기지만 내가 지각 되게 많이 했는데 아셈 설계단에 있어서 살아남은거에요.
햇
아 진짜요?
스
나 완전 지각 대장이었어요. 맨날 늦게 일어나고 그래가지고 노하우도 많지. 겨울 같은 때 외투를 벗어서 편의점에다가 맡기고 출근하고 그랬어요. 춥지만 와이셔츠만 입고 출근을 한거죠
햇
엥 왜요?그래야 더 불쌍해 보여서요?
스
아니지. 얘는 출근했는데 잠깐 나갔다 왔구나 하는거죠.
햇
대박 지각했을 때 대박이네요.
스
이런 얘기하면 끝이 없는데요. 마지막으로 잡담 하나만 할게요. 컴퓨터 기본 화면 있잖아요. 그걸 스크린 캡처를 해서 바탕 화면으로 써. 그럼 아이콘 폴더가 그대로 고스란히 겹치잖아요. 실제 아이콘들을 끌어다가 한 폴더에다가 담아놓고 기존 폴더를 쭉쭉 숨겨놓는 거죠. 그러면 아무리 클릭을 해도 바탕 화면에 있는 아이콘을 터치를 하는 거죠. 아무리 터치해도 아무것도 안열리는 것처럼 보이니까 컴퓨터가 왜 안 되죠? 아이 나갔다 올게요. 이러고 나갔다 오고 그랬어요.
햇
진짜 웃긴다. 웬만한 꼼수 부리면은 다 아시겠네요. 이미 다 해봐서..
스
잘 알죠. 아니 그리고 직원들 뒤통수만 봐도 알아요.
얘가 지금 일하는 뒤통수구나. 카카오톡 하는 뒤통수구나 다 알죠.
햇
그쵸.
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볼게요. 그래서 som에서 이제 배치도가 왔다고 보자 그래서 봤는데 배치도가 기깔나게 예쁜 거예요. 건물 주변의 조경 도면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여태까지 보던 조경 그림이 아니였어요. 되게 디자인이 기하학적이고 좋았어요. 알고 보니까 나는 som에서 해 온 줄 알았는데 그 밑에 랜드 스케이프 아키텍이 swa였던 거예요. 그때 당시에도 우리 회사에 도 조그맣게 조경 팀이 있었거든요. 그 팀장한테 오 swa가 뭐냐고 물어봤죠.
햇
네.
스
그랫더니 swa에 대해서 막 말해주더라고요. 그 팀장님이 다행히 조경에 욕심과 관심이 되게 많은 사람이었어요. 그러고 나서 피터 워커라고 있데요. 아 swa가 사실은 무슨 뭐의 약자인지 아세요?
햇
그때 들었는데 까먹었어요.
스
사사키의 s하고 피터 워커의 w 그리고 어소시에이트 a해서 이렇게 swa가 된거에요. 그 당시엔 인터넷이 없으니까 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정기 간행물 이런 데에서만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요. 다행히 몇 개는 그때 당시 우리 회사 잡지실에 있어서 거기서 봤는데 그때 내가 본 게 피터 워커의 테너 파운틴이었어요. 우리 회사 소개하는 환경과조경에도 나와요. 그걸 보자마자 진짜 미쳤다 싶었죠.
햇
와 그건 진짜 미쳤죠.
스
내가 여기저기서 자주 얘기하지만 건축가한테 분수를 설계해라 그러면 수공간을 이렇게 만들어요. (그림을 그리며) 물이 있고 위요된 공간이 있고 사람이 이렇게 나오고 이렇게 해서 도시 문맥을 받아주고 매스는 어떻게 되고 이런 얘기를 할 거란 말이죠. 그래 봤자 물을 담는 그릇을 디자인한 거란 말이에요. 모양을 디자인한 거죠. 근데 테너 파운틴은 바위를 막 놓고 그 사이에 습기,안개 나오고 하잖아요. 말그대로 자연과 풀과 물과 돌이 함께 있는데 사람이 그 안에 있으니까 되게 자연에 들어와 있는 것 같고 좋더라구요. 거기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경험을 했죠. 그래서 조경에 너무너무 너무너무 매력을 느꼈어요. 피터 워커. 그때 당시에 이제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한 게 피터 워커였어요. 사실은 피터 워커는 지금도 좋지만 그때도 계속 좋았어요. 계속 잘했어요.
햇
참 대단한 분 같아요.
스
이제 조경을 해야 되겠다 마음 먹은거죠. 그때부터 건축이 진짜 뭐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죠. 학교 다닐 때는 건축을 너무나 열심히 좋아했지만 회사 다닐 때는 부품으로서의 삶이 너무 싫었어서 어느 정도 시간 지난 다음부터는 거의 약간 월급루팡처럼...
햇
크헉ㅋㅋㅋㅋ네.
스
그러니까 회사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거와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가 않구나. 나랑 맞는 부분이 많지가 않구나. 그러니까 회사 다니면서 퇴근 빨리 하기를 기다리는 누구나 똑같은 그런 사람이 된 거죠. 그래서 건축을 놨어요. 나는 옛날에는 졸업하고 회사 퇴근해서도 건축 공부하고 스케치하고 공모전 나가려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그랬던 사람이었거든요. 근데 한 3년 지나니까 나도 이제 나태해져서 모터레이스 게임이나 하고 그랬죠. 이제 그랬던 내가 이제 삶의 목적이 생긴 거죠
햇
조경을 해야겠다는 목적이요?
스
그쵸. 이거 정말 괜찮다 싶었죠. 그리고 나는 이미 건축에 흥미가 없어지기도 했고 그때 당시에 흥미가 없어진 또 다른 이유가 있었어요. 건축을 오래하셨던 소위 말하는 건축가 집단들이 있었는데, 나는 그 분들한테 배울 게 되게 많다고 생각을 했었단 말이에요. 나는 대학원 생때부터 그분들을 동경했는데 매번 전시나 출판 등 대외활동에서 빈자의 미학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보니 건축에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햇
아..그럴수도 있었겠네요
스
그래가지고 나는 조경으로 가야 겠다 마음을 먹었어요. 내가 말이 이렇게 길어지면 안 되는데 얘기하다 보니까 스스로 재밌네요. 재밌지 않아요?
햇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