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잎 처녀고사리

photo by 김봉찬

양치식물이다. 양치식물이라고 하는 것은 씨앗이 아닌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을 말한다라도 하는데 포자란 씨로 반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안의 세포분열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무성생식과도 같다. 흔히들 모든 양치식물을 통틀어 고사리라고 부르기도 하나, 실제로 고사리란 우리 나라에만도 200∼300종류가 넘는 다양한 양치식물 가운데 한 종(種)에 불과하다. 제각기 다 다른 이름을 가지는 종류들이 무수히 많다.

양치식물의 관상적인 가치가 부각되어 우리 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주로 외국 종류들이다. 물론 지금도 우리 나라 꽃 시장에 주를 이루고 있는 종류들은 외국산이다. 사실 양치식물이란 잎의 모양과 포자의 형태, 심지어는 잎에 있는 맥의 모양과 줄기 밑 부분에 달리는 비늘조각의 색깔과 자라는 방향까지도 따져 보고 세밀하게 관찰해야 하는 것이어서 학계에서도 다른 식물군들에 비교해서 연구하는 사람들도 아주 적은 편이다.그러던 차에 차츰차츰 양치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연구하는 사람들도 늘고 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식물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화려한 서양 꽃에서 출발하여 잔잔하고 소박하면서도 마음이 담겨지는 우리 꽃을 찾다가 가장 나중에 좋아지는 것이 바로 양치식물이라고들 한다. 녹색의 잎과 화려할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갈색의 포자가 만들어 내는 초록의 세계 속에서 진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식물을 좋아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양치식물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초기엔 공작고사리 같은 것을 화분에 담아 많이 키웠고, 넉줄고사리나 석위 같은 종류를 돌에 붙여 분경을 만들기도 한다. 정원에 심어 아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세간의 관심을 모았지만 재배 조건이 까다로운 까닭에 청나래고사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몇몇 양치식물만이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각기 분위기와 특성이 다른 양치식물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만난 가는잎처녀고사리도 그 중 하나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 속에서 잠깐 든 햇살을 맞으며 서있던 모습! 
빛을 따라 일제히 한 방향으로 가녀린 잎새를 세우고 무리 지어 자라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자연스럽던지. 제대로 계절을 만나서 더욱 아름다우려니 싶었는데 따져 보니 늘푸른잎을 가진 식물이었고 그렇다면 따뜻한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겠지 싶었지만 알고 보니 전국적으로 자라는 흔한 식물이었다.
화려한 꽃이나 색이 아닌 스쳐 지나치던 풀잎에서 진정한 아름다움과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알아내는 일이 정말 제대로 식물을 아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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